지난 3월18일(토) 시즌을 접으러 와이프와 막내 아들을 대동하고 용평에 갔다. 봄 햇살 속에 습설의 레인보우를 거의 전세 낸 듯이 탈 수 있었다. 설렁설렁 몇 번 타고 끝내려 하였으나 일단 슬로프에 올라서니 중증 중독을 어쩌지 못하여 10여번을 빡세게 타고 결국 리프트가 끝나는 시간에야 내려왔다.
사실 이날 나의 중독 증상을 일깨워 준 사람은 다름아닌 리프트에 우연히 동승한 67세의 은퇴한 치과의사였다. 이 분은 새벽 5시에 일어나 버스를 타고 와서 8시 조금 넘어부터 타기 시작해서 점심먹는 30분을 제외하고는 하루종일 탈 뿐 아니라 레인보우 슬로프를 중간에 전혀 쉬지않고 내려온다. 이분 왈 용평의 시즌이 끝나면 4월 초부터 1달간 캐나다 휘슬러로 스키타러가고, 7월중순부터 1달간은 호주 뉴질랜드가서 스키 타신단다. 그러니 내가 어찌 빡세게 타지 않을 수 있으랴?
이제 라카의 장비와 짐을 모두 챙겨 떠나면 다시 내년 시즌을 기약해야하는 아쉼움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데, 와이프와 아들의 발걸음은 가볍기 그지없다. 장장 4개월 가까이 모든 주말을 용평 간다고 집을 비웠으니 그럴 밖에. 아직도 눈이 많이 남은 용평을 뒤로하고연곡해수욕장을 들러 동해안의 영진횟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겨우 내내 주말을 비우도록 허락한 와이프에 대한 답례의 저녁으로는 많이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동해 바다를 바라보며 회를 먹을 수 있다는 걸로 우겼다. 식사 후 9시 쯤 출발, 2시간여만에 집에 돌아 오는 것으로 드디어 이번 시즌의 막을 내렸다. (연곡 해수욕장에서 사진 몇 장)
금년 시즌은 어느 해 보다도 충실하게 스키를 탄 해로 정확치는 않지만 25회 가까이 용평 출격을 한 거 같다. 그러다보니 지난 겨울 4개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벌써 봄이 왔다.
이번 시즌에 그리도 열심히 타고 또 더욱 재미가 있었던 것은 시즌을 함께한 친구들 덕분이다. 사실 졸업후 지난 30년 동안 스키를 즐겨온 친구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 친구들이 스키를 잊고 살다가, 화설회를 통해 다시금 스키의 즐거움과 특히 친구들과 어울려 타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에 대해 새롭게 발견하고 용평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금년 시즌 레인보우 슬로프에서 칼바람 맞으며 슬로프를 같이 누빈 나의 친구들 -
무주에서 혼자타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용평으로 둥지를 옮겨 누구보다도 열심히 스키를 타더니 드디어 고수 반열에 올라선 KYD, 지난 5년동안 나와 함께 용평 시즌권을 구입해 온 JW, 믿기지 않는 발란스 감각으로 젊은 보더들을 울려버린 늙은 보더 Jpro, 스키타는 재미가 새록새록 붙는다며 내년부터는 시즌권에 동참하겠다는 나수석, 내년엔 체력보강 후 시즌을 시작하겠다 벼르는 Lake Taho 스키장 출신의 Ike, 용평 스키스쿨의 수석 학구파 삼건, 노르딕 스키에 심취한 철각 라이더 JH, 온 가족을 전부 스키 선수 만들어 낸 Chuchu, 산악스키의 고수 HK, 멀리 대전서 원정 온 숏턴의 명수 WW, 온갖 스키 부상을 극복한 불굴의 의지 DS, 전세계 어떤 슬로프에서도 여유있게 내려오는 Skinjoh, 아픈 무릎에도 불구하고 기본기가 탄탄한 소백, 멀리 미국에서 출장와서도 용평을 찾는 꽉꽉이 - 이 친구들이 정말 고맙다.
친구들이 올린 후기 또한 풍성했던 한해였다. 하지만 우리 친구들만의 후기는 이곳에 공개할 수가 없다. 그중 몇개의 제목만 엿보자 !! - "용평을 용평의 남자와 함께...", "나에게 스키란 무엇인가?", "발왕산 결전 현장 스케치", "야만의 식탁", "금빛 설원을 되새기며", "늙은 보더의 슬픔" ㅋㅋㅋ 제목만 봐도 멋지지 아니한가?
06-07 시즌에는 더 많은 친구들이 함께 하면 좋겠다. 오프 시즌에는 체력 보강도 모여서 함께 하구, 2007년 쯤에는 일본이나 유럽의 알프스로 해외 원정 계획도 세워보자구. 구름달의 히말라야 원정보다 화설회 알프스 원정을 먼저가면 노대장한테 괘씸죄로 걸리려나 ㅋㅋㅋ
시즌 내내 찍은 사진과 동영상 중 사진 몇 장을 골랐다. 재밌게들 보고, 다음에는 더 많은 친구들이 위 사진들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라면서 화설회 금년 시즌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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