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 Express

2008. 3. 30. 일본 나가노 스키 원정 후기

skimania 2012. 8. 14. 11:54

3월26일 (수)

정말 긴 하루다. 비행기로 두시간 밖에 안걸리는 바로 옆나라 일본가는데 새벽 5시반부터 설치고 일어나 9시 비행기를 탔는데도 오후 4시에야 간신히 목적지인 하쿠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 일행말고도 홍천 비발디 스키장의 모글스쿨팀을 비롯해 다른 두팀이 더 있어 거의 30명에 가까운 인원이 버스 두대에 나눠타고 고마츠 공항으로부터 각자의 호텔까지 같이 움직이자니 아무래도 시간이 좀 더 든 탓도 있으리....

그래도 좀 근사한 리조트 호텔을 예상했건만 총 40실짜리 시골 모텔인데 대해 그냥 그런가보다하며 짐을 풀고는 바로 3분 거리의 온천으로 향했다. 온천 역시 완전 동네 목욕탕이다. 딱 10년전인 1998년에 나가노 동계 올림픽을 한 곳인데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시설이 아니다. 요란하지않게 참 경제적으로 잘 치렀었겠다하는 생각이 든다.

 

근데 날씨가 너무 따뜻하다. 내일 과연 제대로 스키를 탈 수 있을까하는 걱정과 그래도 5월 초까지 하는 스키장이 뭔가 있겠지하는 설레임을 근처 이자까야에서 나가노 특산의 사께로 달래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3월 27일 (목)

간단한 아침 부페였지만 열심히 스키를 타려면 충분히 먹어야한다고 다들 과식 수준으로 먹는다. 딴건 모르겠지만 밥이 참 맛있다. 쌀이 좋은건지...

8시45분에 호텔 앞으로 오는 스키장 셔틀버스를 타고 하포네 스키장으로 향했다. 나가노 올림픽의 활강 경기가 열렸던 나가노의 메인 스키장이다. 리프트를 세번 갈아타며 정상 1850M 를 올랐다. 근데 해발 1500M 를 넘어서면서부터 한치 앞이 안보이는 구름 속이다.

전혀 지형 지물과 슬로프 상태, 리프트 탑승장이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blind skiing 이다. 우리는 서로를 잃어버리지 않게 느린 속도로 짧게 끊어 진행하며 첫 스킹을 시작했다. 정상부분의 표고차 300M 아래까지는 설질이 괜찮았지만 그 아래는 완전히 팥빙수 상태의 슬러쉬다. 힘도 두배로 더 들고 스키도 잘 나가지 않는다.

차츰 구름이 걷히며 드러나는 해발 3000M 대의 일본 북알프스의 멋진 모습이 그나마 눈 상태에 실망하고 있는 우리 마음을 달래준다,

 

 

 

하지만 만원짜리 카레라이스 점심이 맨밥에 감자 건데기 하나없는 달랑 카레소스 덮밥임에 다시 좌절 -_- 다시는 일본서 카레라이스는 안 먹으리....

힘든 스킹 후의 온천욕은 시설이 어떻던간에 정말 꿀맛이다. 게다가 안마 의자에서 백엔어치의 자동안마를 받으며 마시는 아사히 맥주는 우리가 일상에서 멀어져 여행을 왔다는 걸 정말 실감나게 해준다.

3월28일 (금)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아침에 눈을 뜨니 창 밖에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어제 일기 예보에 비올 걸로 보여 걱정을 했건만 전화위복으로 눈이 내리다니ㅋㅋ

오늘은 하쿠바고류라는 스키장 차례다. 곤도라와 리프트를 번갈아타고 1650미터의 정상에 오르니 계속 내리는 눈으로 10cm 정도의 새 눈이 쌓여있다. 신난다. 오늘은 파우더 데이다. 그것도 버진 파우더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ㅋㅋㅋ

 

 

일본 스키장의 특징은 한마디로 자연설 스키장이라는 것이다. 이곳도 연 평균 250cm 의 눈이 오기때문에 인공 제설의 필요가 없단다. 따라서 모든 슬로프들이 우리보다 그 넓이가 2-3 배가 된다. 심지어는 폭이 1km 되는 곳도 있다. 따라서 인조 모글이 아닌 부정지 자연 모글 밭이 천지로 널려 있다. 부러운 자연 환경이다.

 

하루종일 눈을 맞으며 파우더 스노우를 찾아 헤맸다. 못들어가게 막아논 리프트 라인 밑, 슬로프 사이 숲 속의 파우더 등. 다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힘들어하면서도 자연설 스킹에 맛을 들여가고 있다.

 

3월29일(토)

밤새 계속 눈이 오더니 새벽녁부터는 갠 모양이다. 최고의 날씨다. 오늘은 산이 제일 웅장하다는 쯔가이께 스키장이다. 어제밤 이곳 인터넷 바에서 이 지역 로컬들한테 얻은 정보에 따라 셔틀버스를 운행하지 않는 쯔가이께 스키장에 그 비싼 택시값을 내가며 온 것이다.

곤도라로 거의 정상아래까지 20분에 걸쳐 올라간 후 스로프에 내려서니 발 밑에서 뽀드득뽀드득 소리와 함께 마치 비단 위를 걷는 느낌이다. 슬로프를 가르는 친구들의 얼굴에 아주 흡족한 웃음이 번진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 눈도 있구나. 눈이 좋으면 안되는 기술이 없다. 모두 최고의 스킹 실력이 발휘되니 어찌 기분이 안좋을소냐?

 

오늘 마지막 날의 스킹으로 일본 스키 여행의 진수를 맛보게 되었다. 일본으로 시즌 연장 개념은 잘 못된 것이니 내년에는 2월 중순 정도에 와야겠다고 다들 한마디씩 한다. 결국 점심 먹으면서 핸폰의 달력을 꺼내들고 내년의 구정 날짜, 휴일 구성을 확인하는 사태가.... 아쉬움이 안 남게 하루종일 지치도록 스키를 탔다.

매일 저녁 식사는 호텔에서 풀 코스 양식이 기본 제공 되었다. 여기에 와인 한병 추가하면 2500엔 정도 별도 부담하고. 매일 조금씩 메뉴를 달리하는데 돼지고기, 소고기, 생선으로 메인 디시가 바뀌더니 오늘에는 결국 같은 소고기 요리가 다시 나오더라는....

눈이 좋아지니 다들 돌아가기 싫은 눈치다. 그래도 어쩌리. 짐을 미리 다 싸고 낼 아침 7시 출발에 맞출 수 밖에.


3월30일(일)

정확히 7시 정각에 호텔로 버스가 왔다. 그때 같이 온 사람 중 70% 정도가 오늘 같이 돌아가는 거 같다. 이곳엔 스키장이 7갠가 있기에 첫날 하포네에서만 마주치고 전혀 못 만났었다. 다들 나름대로의 추억이 쌓인 모양이다.

 

오후2시 인천 공항에 도착하니 완연한 봄이다. 언제 좀전까지 스키타고 있었나 싶다. 이제 또 시즌이 시작하려면 8개월을 기다려야한다. 8개월을....

참고로 4박5일의 기본 여정은 일본스키닷컴이라는 여행사에 의뢰해서 비행기, 버스, 호텔, 아침 및 저녁, 온천 포함해서 1인당 68만원씩 냈고, 3일간의 리프트 값과 점심값, 그리고 저녁때의 음주비용 따로 20만원 가져갔는데 일본 공항에서 남은 1 ~ 2 만원으로 일본 과자 (추억의 모리나가 미루꾸 카라멜ㅋㅋ) 같은 기념품을 사는데 다 썼다. 90만원 들었다는 얘기다.

이렇게 친구들과 같이 4박5일의 해외여행을 간다는 흔치 않은 경험에 그것도 스키라는 주제를 가지고, 참 즐거운 일이다. 다들 내년을 기약한만큼 나름대로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화설회의 해외원정은 앞으로도 계속 기획할 생각이며 보다 많은 친구들이 같이 했으면 한다.